TV 공익광고에서 본 결혼식 장면
한 신부가 결혼식에서 아버지의 손을 잡고 신부입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신부는 한쪽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었고, 모든 하객들의 눈은 움직일 때마다 균형을 잃고 뒤뚱거리는 신부의 발걸음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얀 주단이 깔린 자리, 사랑하는 신랑이 서있는 단상까지의 거리는 길어봐야 10여미터. 그러나 보행이 불편한 신부와 아버지의 마음에 그 거리는 마치 장거리 마라톤의 거리인양 멀기만 했으리라. 그리고 이런 모녀를 지켜보는 하객들의 마음 역시 안타까울 수밖에...
그때 주례석 단상 앞에 묵묵히 서있던 신랑이 성큼성큼 신부를 향해 걸어오더니, 신부 아버지께 인사를 하고 두 손으로 번쩍 신부를 안고 단상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모든 하객들은 놀라움과 감동으로 일시에 '아!'하는 탄성과 함께 박수갈채를 보내고...
비록 광고였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감동 받은 아름다운 결혼식 풍경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결혼이란 바로 이렇게 모든 사람의 축복과 감동 속에 진행될 때 가장 의미있고 소중한 예식이 되리란 생각이 든다.
신랑의 ‘오버 액션(?)’ 에 대한 개인적 견해
그런데 간혹 어떤 예식에 가보면, 신랑이 신부의 손을 넘겨받기 직전에 장인을 향해 땅바닥에 넙죽 엎드린 채로 큰절을 올리거나, 양측부모를 향해 큰절 올리는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 그것도 저 시골 벽촌의 얘기가 아니라, 도심 한 가운데 이름있는 예식홀에서 심심찮게 일어나는 해프닝이다. 여기서 굳이 '해프닝' 이란 표현을 쓰는 이유는 그런 예절이 일반인에겐 아직 썩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결혼이고 간에 전혀 남남이었던 한쌍의 남녀가 부부란 이름으로 인연을 맺기까지 무수한 에피소드와 우여곡절이 없을 리 없다. 말 그대로 인생지대사(人生之大事)가 아닌가. 과연 이 남자, 혹은 이 여자가 내 배필인가, 아니면 결혼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선택과 결심에 오류는 없었는지...
좌우지간 세상 어느 커플치고 한 두가지 기막힌 사연없는 커플이 있을까? 생일이 똑 같다, 얼굴이 꼭 닮았다 등등,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배필에 대해 아주 특별한 의미와 인연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 그 특별한 의미와 인연이 비로소 열매를 맺는 순간에 누군들 감동하고 감개무량하지 않을까.
해서, 자기 감정표현에 솔직한 일부 신랑들은 스스로 그런 해프닝을 연출하게 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한 때 '농촌 총각 장가들이기'가 전 국민적 이슈가 되었을 무렵의 새신랑 혼례예절론 별로 흉잡힐만한 광경도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젊은 청춘남녀는 물론 수십년 결혼생활을 지그시 지켜온 나이 든 어른들마저 결혼에 대해 '결혼은 선택이고 일은 필수'란 주장을 공공연히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넘치는 행동은 자제하자!!
그래서, 혹 글 앞의 공익광고 예와 흡사한 남다른 사연이 있다면 모를까, 서양식 턱시도며 연미복을 폼나게 차려입은 신랑이 뜻하잖게 예식장 바닥에 넙죽 업드려 절하는 광경은 아무리 생각해도 하객들의 눈에 좀 넘치는 행위로 보이게 마련이다. 분명 신랑 본인에게 플러스보다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비칠 소지가 더 많다.
또 아닌 말로 그렇게 자신에게 딸을 준 장인장모가 고마우면, 예식 후 폐백실에서 정중히 예를 갖춰 두 번 세 번 큰절을 올릴 수도 있는 것이고, 아니면 나중에 두고두고 지극효성을 다해도 된다.
하니, 이젠 제발 경건하고 엄숙해야 할 결혼식장에서 값싼 코미디를 연출하는 새신랑을 그만 보았으면 한다. 예의와 감사도 어느 정도의 문제지, 오히려 '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옛말도 있질 않은가.
결혼식에 참석한다면 제발 ‘흰 옷’은 입지 말기를…
그리고 한 가지 더, 하객의 입장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예식 참여 매너가 있다. 뭔고 하니, 신부측 친지나 친구들은 무조건 신부의 순백색 웨딩드레스를 침범하는 하얀색 계통의 옷입기를 피하라는 것이다. 결혼식 당일 눈처럼 희고 깨끗한 순백의 웨딩드레스가 지닌 청순함과 순결의 의미는 오로지 신부를 위한 특권이며 자랑이다.
그런데, 때때로 어떤 몰상식한 신부 친구는 신부의 웨딩드레스에 버금가게 새하얀 슈트 차림으로 떠~억 하니 나타나, 신부 곁에서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한다. 물론 당사자로선 좋은 날 좋은 옷을 입어야 한단 단순한 생각에서 그리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알고 보면 신랑신부 측근의 흰색슈트는 정말 예의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좀 다른 얘기긴 해도 언젠가 어떤 정부 고관 부인이 회식자리에 영부인과 똑같은 색상의 한복을 입고 나가는 바람에 그 남편이 나중에 '눈치 없는 부인을 두었다'는 비난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은 바 있는데, 될 수 있으면 신랑신부가 그 날의 주인공이 되는 결혼예식에서 만은 신부의 고유색을 침범하는 결례를 우리 모두가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