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왕자와 공주가 되는 날!
앞에서 잠깐 야외촬영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내용을 잠시 되짚어보면, 요즘은 본식인 진짜 결혼식을 앞두고 거의 대부분의 예비 신랑신부가 리허설이란 명목 하에 본식과 똑같은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하고 야외촬영을 한다는 것이었는데, 여기선 이렇게 보편화 된 야외촬영을 함에 있어 신랑신부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요즘은 여느 신혼부부 집을 방문해도, 당연히 보게 되는 것이 야외촬영 앨범이다. 바로 십 여 년 전만 해도 그리 흔치 않은 사진첩이었는데 지금은 너나없이 다 가지는 것으로 보편화되어있다.
그래서 또한 웨딩 컨설팅 내용 중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기도 하고...하지만, 좌우지간 본인은 구세대(?)라 그런 앨범을 미처 가지진 못했어도, 웨딩매니저로 일하며 가장 즐거운 일 중의 하나가 고객들의 사진 들여다 보기다. 마치 동화 속 왕자와 공주처럼 모두들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로 찍은 사진은 언제 봐도 재밌고 황홀하다. 타인이 봐도 이렇게 황홀한데, 본인들의 느낌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델하며 포즈잡기,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실상 완성된 앨범 속의 사진은 정말 그럴싸해도 그 앨범을 제작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우선 매니저 입장에선 스튜디오 선정과 고객간의 야외촬영 스케줄 잡기, 드레스와 메이크업 챙기기, 촬영 당일 날씨 체크 등 분주하기만 한데, 정작 사진 모델이 되는 두 사람은 생판 처음 겪는 일이라 카메라 앞에서 뻣뻣이 굳어있다.
그래서 이미 촬영 분위기 살리기에 도가 튼 스탭은 어느 한 순간도 익살과 재밌는 농담을 빠뜨리는 법이 없고, 이어서 터지는 신랑신부의 폭소... 거의 하루 온종일이 걸리는 야외촬영은 느끼기에 따라 매우 번거롭고 귀찮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평생에 단 한 번, 그것도 가장 아름다운 때에 사랑하는 사람과 다정한 포즈를 취하는 것은 단순한 사진 찍기 이외 더 깊은 의미와 가치가 있다 하겠다.
허나, 장미도 가시가 있다고 이 아름다운 이벤트에서도 자칫 조그만 실수나 오해로 그 날의 기분을 왕창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요소가 숨어있다. 혹시라도 있을 위험요소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야외 촬영 전에 체크 할 사안들을 정리해보자.
첫째, 기분을 밝게 가질 것.
이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아무리 오랫동안 사귀고 사랑하는 사이라 해도 이상하리 만치 결혼날짜를 받고 나면 신랑신부의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연애는 두 사람이 해도 결혼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닌 집안의 일이기 때문이다. 해서, 예단이나 예물을 마련하는데 있어 약간의 의견 차가 있어도 온 신경이 곤두서고 자존심을 내세우게 된다. 그래서 결혼식이 임박한 커플일수록 마음의 평정을 잃고 작은 일로 다투거나 침울해지기 쉽다.
한데 만일 그 사랑싸움이 바로 야외 촬영 당일이나 전 날의 일이라면 문제가 좀 심각해진다. 안 그래도 자존심 강한 젊은이들이 서로 볼이 부어있으면, 그 사이에서 죽어 나는 건 매니저와 촬영기사다. 아무리 우스운 얘기를 해도 약발이 먹히질 않고 자꾸 겉돌며 빗나간다.
아니 그 보다 심각한 것은 두 사람의 심기가 불편하면, 불편한 심기 그 자체가 영원히 사진에 남게 된다는 사실이다. 아무쪼록 야외 촬영 전 날에는 최고의 사진발을 위해서라도 그간의 모든 불평불만을 훌훌 털고 화해하길. 사족-야외촬영 날짜 받아놓고 결국 안 나타나고 깨지는 커플도 더러 있음.
둘째, 촬영스탭들의 지시에 적극 협조할 것
신랑신부 본인들에겐 야외촬영이 평생에 한 번 있는 일이지만, 촬영하는 스탭들은 매일같이 하는 일이 사진찍기다. 그러니 그 사람들은 어디서 어떤 포즈로 찍는 게 가장 이상적이란 자기들만의 공식이 있다. 본인 생각엔 좀 더 다른 걸 원하더라도 될 수 있는 한 그들의 요구사항에 따르는 것이 유리하다.
그리고 야외촬영에 동원되는 인원은 보통 전용기사 일인 과 드레스와 화장을 봐주는 헬퍼가 있는데, 이들에 대한 팁과 식사비용을 어떻게 할건 지 미리 매니저와 상담해서 따로 마련해 둔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괜히 작은 일로 마음이 상할 수 있다.
셋째, 드레스 속엔 반드시 흰색 한복 속바지를 입을 것.
야외촬영 앨범 구성은 대체적으로 웨딩드레스와 파티복 입은 장면이 대부분이고, 나머지가 한복을 입은 장면이다. 그런데 스튜디오 내에서의 촬영은 그렇다 치더라도, 야외촬영장이 외국인과 일반인의 눈이 많은 고궁이나 공원인 경우 신부가 장소 이동하며 번쩍 쳐든 드레스 아래로 보이는 청바지는 여간 볼 상스러운 게 아니다. 드레스가 땅에 끌릴까 봐 또 온종일 모델 노릇을 하느라 피곤하고 정신 없긴 해도, 어디까지나 새색시다운 수줍음과 청초함의 미덕을 권하고 싶다.
넷째, 신랑은 흰색 와이셔츠와 내의, 검정색 양말과 구두를 착용할 것.
신랑 역시 사진촬영을 하며 몇 번 옷을 갈아입게 되는데, 이 때 흰 와이셔츠 아래로 보이는 색깔 있는 내의는 역시 미관상 좋지 않을 뿐 더러 기본에 충실치 않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은 양말과 구두는 가장 전통적인 색일 뿐만 아니라, 사진을 찍었을 때 가장 깔끔하고 중후한 느낌을 준다.
다섯째, 촬영 전날 수분 섭취는 적게! 수면은 충분히!
미인은 잠꾸러기란 말도 있듯이 깊고 충분한 수면 이상으로 피부에 좋은 것은 없다. 특히 신랑의 경우 푸석푸석 부은 모습을 평생의 기록에 남기지 않으려면 촬영 전날의 음주는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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