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동기생..내달 서울서 화촉 밝혀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한국인 조종사와 일본인 승무원 간 국제결혼 커플이 탄생해 화제다.
특히 양국이 수교 40주년을 맞아 상호 이해와 우정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올해를 `한일 우정의 해'로 정했지만 최근 `독도 영유권' 망언 파문이 터지면서 반일 감정이 악화되는 상황이어서 이들의 결혼은 더욱 눈길을 끈다.
27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조종훈련생 출신 부기장 우현준(32)씨와 일본인 승무원 와타누키 메이(25.여)씨가 교제 2년 만인 다음달 5일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조종사인 `운항(cockpit) 승무원'과 스튜어드(남)ㆍ스튜어디스(여)로 구성된 `객실(cabin) 승무원' 간의 국제결혼은 항공업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각각 2000년 9월 1일, 24일 입사한 `동기'이지만 서로 빠듯한 일정 속에 직장생활을 하느라 만날 기회가 없었다.
각자의 운항 스케줄에 따라 근무하던 두 사람이 만난 것은 2003년 3월 초.
우연히 두 사람이 같은 운항조에 편성됐는데 메이씨가 실수로 여권이 들어있는 가방 대신 다른 가방을 들고 왔다가 탑승수속 때 당황하는 모습을 우씨가 보게 됐다.
다행히 상황은 잘 해결이 됐고 이 때 메이씨에게 관심을 갖게 된 우씨는 비행을 마친 뒤 `느낌이 좋아서 친구하고 싶다'는 말을 조심스레 건넸다.
메이씨가 이를 흔쾌히 수락해 교제가 시작됐고, 두 사람은 주위의 눈을 피해 만나면서 사랑을 키워갔다.
인천과 김포 등 공항 주변에서 요령껏 `몰래 데이트'를 했지만 때로는 상암 월드컵경기장이나 일산으로 `원정'을 가기도 했다고.
메이씨는 한국 남성과 일본 남성의 차이에 대해 "무거운 가방을 들고 가는데 오빠가 가방을 들어줘서 감동했다"며 "여자가 말을 꺼내지 않으면 잘 도와주지 않는 일본 남자들과 다른 점"이라며 웃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하고 정이 많아 낯선 곳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창한 한국말 솜씨를 자랑하는 메이씨지만 우씨와 함께 영화 `황산벌'을 볼 때는 `거시기'의 의미를 이해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우씨는 "한국과 일본 사람은 서로 많이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비슷한 점도 많다"며 "서로를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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