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일요일에 친구 딸아이의 결혼식이 있었다.
올핸 윤달이 들어서인지 10월엔 결혼식이 줄을 서고 있다.
젊은 새신랑 새신부의 결혼식을 축하라도 해주듯이 가을 하늘은 높고 청명했다. 신부 입장이 있고 새신랑 새신부가 함께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보니 공연히 내 코끝이 찡해졌다. 새신랑 새신부는 아름답고 행복해 보였다.
결혼식 며칠 전 몇몇 친구들과 그 친구를 만나 이러 저런 결혼 준비에 대한 얘기를 했다. 내가 먼저 “예단, 예물은 어떻게 했는데?” 하며 물어봤다. 난 딸아이 결혼을 친구보다 먼저 시킨 사람이라 그 부분이 솔직히 제일 궁금했다. 그 친구는 목에 힘을 주며 대답했다.
“예단 예물은 안 해주고 안 받기로 했고, 호화스럽고 불필요한 것도 안하고, 둘이 돈을 합쳐서 24평짜리 연립주택을 마련했어.”
나와 몇몇 친구들은 입을 모았다.
“너무 잘한 거야 요즘 애들이 그렇게 야무지다니깐. 지들 결혼해서 알콩달콩 잘 살면 그게 효도지 뭐 다른 거 있어. 혼수 많이 해가고 결혼해서 싸우고 나서 사네, 못 사네 해봐 그거 같이 속상한 일이 또 어디 있겠어. 그리고 우리가 이제 더 필요한 것이 뭐 있어 있는 것도 다 못쓰고 죽을 것을.”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아니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안 받고 안 해 줬어? 그래도 시어머니 이불은 해줘야지. 난 이불도 못 받으면 굉장히 섭섭할 것 같은데” 한다. 일제히 그 친구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랬더니 한 친구가 “아니 ○○ 엄마는 큰일이다. 아들만 있으니 딸 가진 사람 서운한 마음을 알지 못할 거야. 곱게 길러서 시집 보내는 것도 섭섭한데 오히려 바리바리 싸서까지 보내. 그리고 자기도 그렇지 여태까지 이불 없어서 못 덮고 잤냐?”고 반문한다.
먼저 친구는 “그래도 난 다 해주고 다 받을 거야”한다. 그 친구는 아들만 두 명을 두었고 평소에도 이불을 아주 좋아하는 친구다. 그 얘기를 듣고 있던 다른 친구는 한술 더 뜬다.
“아니 시어머니가 해오지 말라고 한다고 진짜 안 해 가면 어떻게 해. 속마음은 그런 것이 아닐 텐데.”
그는 2년 전 아들을 결혼시킨 친구였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다른 친구가 “아니 그래 자기는 그래서 며느리 볼 때 많이 해 주고 많이 받았어?” 하자, 그는 “아니 그렇지는 않지만…” 해서 우리들은 한바탕 웃고 말았다.
요즘은 억대 혼수비용이 일부 부유층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한다. 그 혼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카드 빚까지 진 예비신부도 있고 결혼 날짜까지 미룬 이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날 결혼한 신혼 부부는 부모의 신세를 지지 않고 본인들의 힘으로 치른 결혼식이라 대견하고 더욱 더 아름다워 보였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진짜 성인이 되는 시작점이기도 하고 자신들이 꾸려나갈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신호탄이기도 할 것이다.
그날 결혼 예단 예물 얘기가 나오자 난 3년 전 결혼한 딸과 사위도 값비싼 호화 혼수 대신, 양가 부모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50만원씩 주면서 옷 한 벌씩 사 입으라고 한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애들도 역시 본인들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것이 생기면 그때마다 한 가지씩 차곡차곡 이루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딸과 사위는 작은 성취감으로 행복해한다. 그렇게 본인들의 힘으로 이룬 것이기에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만약 결혼할 때 부족한 거 없이 다 해간다면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 한 가지는 잃고 마는 것이다. 젊은 그들이 결혼하면서 장만할 혼수는 값비싼 전자제품도 넓은 평수의 아파트도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그런 것들을 부추기는 것은 옆에 있는 어른들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진정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 원하는 것은 아마 꿈과 희망과 건강과 사랑일 것이다. 거기에 변치 않는 믿음만 있으면 이 세상 못할 것은 단 한 가지도 없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부모들은 그들이 하는 일을 믿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혼수 많이 해간다고 꼭 잘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며칠 후 그 친구를 다시 만났다. 딸과 사위가 신혼여행도 잘 다녀와 이바지 음식을 해서 시댁에 잘 보냈고, 친정에도 다녀갔다고 한다. 이제 남아 있는 일은 젊은 부부들이 오순도순 잘 살아가는 모습일 것이다. 나도 그들이 깨소금 맛 나는 행복한 신혼생활 소식을 기다려본다.
/정현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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