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지인들의 청첩장을 받노라면 축하하는 마음과 함께
때로는 애석한 마음이 들 때가 있으니 그것은 청첩의 예(禮)가
잘못된 청첩장을 받는 경우이다.
청첩장은 작은 문장 속에 많은 내용을 담은 글이기에
작은 실수 하나가 큰 결례를 초래하게 되며
집안의 경사인 결혼식을 알리는 것이 역으로 집안의 망신을
가져오고 가정문화의 빈약함을 나타내는 결과가 되며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는 무례를 범하게 되니
무지한 소치로 인한 피해가 혼주 가정에는 너무 크다 할 것이다.
청첩장을 보내는 입장에서는 집안의 경사를 준비하는 들뜬 마음에
여러 사람을 초대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이나,
받는 입장에서는
1.자식이 없는 가정에 청첩을 하니 받는 입장이 스스로 신세 한탄이 되고
2.자식이 병약하거나 일찍 여윈 집안에서는 자식 걱정을 불러 일으키고
3.배우자 한편이 없는 집안에서 청첩을 받으니 부부가 다복한
혼주 집안의 행복이 자신을 서럽게 만들며
4.이혼한 자식을 둔 집안에서는 민망한 마음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잔치집의 청첩하는 예법은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여
행해야 하는 대단히 중요한 의절인 것이며,
오늘날과 같이 예쁜 종이에 예식 장소와 시간, 가족 사항을 적어
보내면 그만인 그러한 청첩예절이 아닌 것이다.
1950년대나 1960년대의 청첩장들은 우리의 예법문화가 남아있어
청첩을 혼주의 명의가 아닌 청첩인의 명의로 하였으며
그 내용에는 청첩의 인사와 주례 선생님의 성함 그리고
예식장소와 시간이 명기되어 혼주의 겸양스런 마음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에 접어들며 청첩장에서
주례 선생님의 성함이 슬쩍 빠지더니 예식장에는 10만원에 주례를
봐주는 신종 직업이 탄생하였고, 청첩인이 생략되며 최대한
하객을 불러모아 축의금을 챙기는 가정들도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산업사회의 발달과 고도의 핵가족화로 인해
주례 선생님과 청첩인을 모시지 못한 결과이기에
무례에 대한 양해를 구한다면 한편,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경우가 그렇지 않은 집안에서도 바른 예법을 몰라 잘못하고 있으니
이는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이고, 이를 통해 경제적 부귀는 갖고 있지
않지만 인생을 근면히 살아온 혼주 집안의 품격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혼인에 있어 청첩은 위와 같이 중요한 의절이기에
청첩장의 디자인이나 가격만으로 결정되어질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더욱이 최근의 청첩문화에서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청첩인도 아니요, 혼주도 아닌 정혼자(신랑 신부)명의로
청첩을 받을 때이다.
신랑 신부의 친구나 그들의 지인에게 돌리는 경우는 무방하다고
하겠으나, 받는 사람이 윗대의 어른이거나,혼주의 지인,또는
상사나 선배인 경우 이는 크게 잘못된 예법인 것이다.
윗사람을 직접 찾아 뵙고 인사드리며 전하는 것은 괜찮으나
단순히 우편으로 전달하고 참석하라고 하니, 평소 그 혼주가
청첩 받는 사람을 얼마나 소홀히 여겼으면 자식의 명의로
청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혼주의 자식과 평소 유대관계나 허물이 막역하지도
않은 사이인데.
우편으로 날아 온 어린사람의 청첩이 백번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혼주나 청첩인의 명의로 청하는 높은 예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책을 택해 상대방을 조롱하였기에 결과적으로
불쾌한 것이다.
그리고, 그 부모가 얼마나 부족하였으면 자식이 마땅히 혼주인
부모의 명의로 청첩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청첩한다 말인가?
결국, 하객은 혼주의 명예를 위해 그런 결혼식은 참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도리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구식의 개인주의가 발달하고, 법률혼주의에 의해 당사자인
신랑신부가 많은 역할을 함에는 동의하나
한국인의 문화에서 혼주라는 말의 의미와 부모님에 대해 효도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면, 최소한 자식들이 주체가 되고
청첩인이 되는 청첩장은 만들지도 보내지도 않을거라 생각한다.
많은 신랑 신부들이 직접, 또는 청첩장 제작사나 웨딩컨설턴트의
자문을 통해 준비한 청첩장이 위와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가 져야하는 것일까?
만약, 부모가 돌아가셔서 안계시거나, 서로 이혼하여 이 사실을
남에게 알리기 꺼려지거나, 일가 친척도 없는 천애의 고아라면
예외로 인정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혼주의 겸양한 마음이
우러나는 청첩장. 청첩인이 따로 없더라도 최소한 혼주 명의의 청첩장을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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